절대강자 NH는 3위로 내려와…파두사태 여파
대신·키움, 인력 영입하며 전통 IB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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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CM 시장은 기존의 3강(强) 구도가 깨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KB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약진했고,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예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었다.
기존의 강자 중 한국투자증권만 체면치레를 한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문을 확대하며 인력을 크게 늘린 대신증권이 다수의 기업공개(IPO)를 앞세워 4위에 이름을 올린 점이 눈에 띄었다. 최근 공격적으로 인력을 영입하고 있는 키움증권 역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 한해 글로벌 투자와 PF 부실화 등 탈이 많았던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ECM 성적은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ECM 5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4위에 비해 한단계 내려왔다. 2년 연속 3위 밖으로 밀려나며 이젠 'NHㆍ미래ㆍ한투'로 이뤄진 '3강 구도'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1~2년간 미래에셋 IB부문은 해외 부동산 이슈로 인한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로 인해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등으로 IB 인력의 이탈도 적지 않았다.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자산관리(WM)에 무게를 두는 전략적 방향성이 제시되며, IB는 찬밥 신세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잇따랐다. 미래에셋은 'IB에 인사로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며 달랬고, 실제 강성범 부사장(IB1부문 대표)이 유임했다. 주용국 부사장(IB2부문 대표)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빅딜' 부재가 아쉬웠다는 평가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은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등 랜드마크 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반기 주관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준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형 공모주로 꼽혔던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ECM 절대 강자였던 NH투자증권은 3위로 내려왔다. 역시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던 IPO 리그테이블에서도 근소한 격차지만 4위를 기록했다. '파두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타사에서 마케팅할 때 NH는 파두 때문에 (거래소 등)에 미운털이 박혀 공모가 쉽지 않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며 "ECM 대표가 연말 인사에서 타 본부로 발령나고, 새 헤드를 데려오며 전열을 정비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대형사들의 순서가 뒤바뀌는 사이, 대신증권이 깜짝 성과를 내는 등 중소형사들이 약진했다는 평이다. 대신증권은 8404억원을 주관하며 전체 주관 4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7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세 단계나 올라서며 중소형 증권사 중 가장 뚜렷한 상승세였다.
대신증권은 올해 들어 업계 주요 인력을 영입하면서 IB부문 확장에 공을 들였다. 대신증권은 커버리지 인력을 2023년 말 기준 33명에서 50명까지 증원을 추진 중이다.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IB 부문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대신증권은 중소기업 IPO를 기반으로 영역을 점점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해 대신증권은 8건의 IPO를 주관했는데, 이는 이른바 '빅3' 다음으로 많은 건수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출신 나유석 전무가 2014년 대신증권으로 이직한 뒤 부서 수준이었던 조직 규모가 본부, 부문급으로 커졌다. 올해 들어 인력을 40명 이상으로 늘리며 왠만한 대형사 수준의 조직 규모가 됐다.
총 6건의 ECM 딜을 주관하며 10위에 오른 키움증권도 올해 초 엄주성 대표 취임 이후 IB부문 조직개편을 확대하며 전통IB 확장에 공을 들였다. 2023년말 기준 50여명이었던 IB부문 인력은 이달 17일 기준 70여명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장지영 상무보를 기업영업본부장으로 선임했고, 구성민 기업금융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며 IB 담당 인력들에 힘을 줬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IPO 시장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지만, 중소형사와 대형사 모두 전통 IB에 힘주는 중이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