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원장 탄핵에 대체투자 감사도 '올스톱'…결과발표 결국 내년으로
입력 2024.12.20 07:00
    최재해 원장 직무대행 조은석 감사위원
    내년 1월 17일 퇴임까지 업무 잠정 중단
    최근 담당 국장도 홍성모서 김태우 교체
    전문성 부족에 문책성 교체?…'의견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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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재해 감사원장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 실무가 멈춰섰다. 2년을 넘게 끌어 왔던 연기금·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발표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감사 결과에 공제회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해당 감사를 주도했던 담당 국장이 교체되며 감사원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감사가 해외 대체투자 손실 점검이라는 본질을 벗어난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주요 공제회들에 대한 대체투자 감사는 아직 감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가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 5월 실지감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다른 감사 건의 경우였다면 진작 감사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했을 시기지만, 해당 건은 반년 째 의견수렴에서 멈춰 서있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대체투자 감사 일정은 더 밀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감사원장 권한 대행은 조은석 감사위원이 맡고 있다. 조 위원은 내년 1월 17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조 위원의 후임으로는 백재명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임명돼 1월 18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이에 조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는 사실상 실무가 잠정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제회 대체투자 감사를 맡은 실무부서에서 조은석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1월 17일 이후에 보고를 올리기 위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 발표도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감사를 맡은 담당 국장도 교체되며, 감사원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감사는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산업금융4과)에서 맡고 있는데, 최근 담당 국장이 홍성모 국장에서 김태우 국장으로 교체됐다.

      국장 교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일부 문책성 인사 분위기가 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감사 과정에서 감사 방향성이 모호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자, 이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감사가 지나치게 늘어진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원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도 지속되면서 담당 국장이 교체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감사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 우려가 커지자 해외 대체투자 실태 전반을 들여다 보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갈수록 목적성을 잃고 '곁다리 감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공제회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대출 주선 수수료와 자문 수수료, 해외 법무법인 수수료 계약서과 인보이스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부동산 손실에서 공제회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자, '지엽말단'적인 부분에 집착하며 감사에 일부 '무리수'를 둔 측면이 컸다는 평가다.

      감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며면서 기관투자가(LP)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PE 업계에도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연기금·공제회들은 감사원 감사로 출자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는데, 그 여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한 PE 관계자는 "지난해 펀드레이징을 끝내 올해와 내년까지는 추가적인 펀딩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내년 상반기 정도에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관련 후속 조치 시행에 따라 연기금·공제회가 올해처럼 출자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 측은 "대체투자 감사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지연되고 있는 것이고, 담당 국장 교체는 지난 9월 1급 인사가 있은 뒤 공석으로 이어져 온 일부 부서 국장 자리에 대한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