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대출 부실해지며 못돌려받을 가능성 높아
국내 금융권 "뒤늦은 사과" 반발…대출은 손실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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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악셀그룹 부실화 사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내 대주단을 찾아 사과에 나섰다.
다만 대주단 측의 반응은 냉랭하다. 국내 금융사들이 KKR을 신뢰, 대규모 대출을 내줬지만 소통 과정이 불성실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국 KKR 고위 임원은 최근 악셀그룹 인수금융 대주단인 신한은행을 직접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KKR은 이번 방문에 앞서 KB국민은행 등 다른 대주단에도 방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KKR이 이례적으로 국내 금융사를 찾아 사과까지 한건 '악셀그룹 부실 위기' 때문이다. KKR은 지난 2022년 유럽 최대 자전거 제조사인 악셀그룹을 인수하며 대출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신한투자증권 주관으로 대주단을 꾸려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려줬다.
그러나 인수 1년 만에 악셀그룹 실적은 급전직하했다. 유럽 경기가 둔화하고 ESG 열기가 감소하자, 재고가 쌓이고 이익이 대폭 줄었다. 악셀그룹의 2023년 매출은 전년도 대비 10% 줄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0% 급감했다.
국내 대주단이 자금을 투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악셀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고, 대주단은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KKR은 지난 8월 인수금융 대주단 측에 기존 대출액을 탕감해줄 것을 요구했고, 최선순위로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레스큐 리파이낸싱까지 제안했다.
국내 대주단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KKR이 대주단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채무 탕감과 추가 자금 투입을 일방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KKR은 지난해부터 악셀그룹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경영상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후 상황이 심각해지자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통보식으로 입장을 바꿔 대주단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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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주단은 향후 영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KKR과의 신뢰 회복과 거래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단 대부분은 KKR의 채무탕감 및 추가자금 투입 제안을 거절한 상태다. KKR의 악셀그룹 운영 능력과 소통 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주단 사이에선 악셀그룹 추가 자금 투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 KKR은 이러한 상황에서 관계 회복을 위해 신한은행을 직접 방문해 사과하는 등 성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사들은 KKR 펀드 주요 출자자(LP)이기도 한데,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자금 조달이 위축될 수도 있다. 특히 KKR 한국법인 역시 국내 금융권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실제로 지난번 한국 KKR이 에어프로덕츠 인수금융 참여를 타진했을 때 다수의 금융사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과에도 국내 금융권의 냉랭한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대주단은 악셀그룹 인수금융에 대해 연말 안으로 상각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손실처리하겠다는 의미다. 악셀그룹 사태가 일단락 되는 국면에서 KKR의 사과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영국 KKR의 M&A 총괄이 신한은행을 방문해 사과했지만, 기본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에어프로덕츠 인수금융 참여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당분간 KKR 관련 거래는 신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KKR은 악셀그룹 회생을 위한 채무재조정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주단으로부터 모은 1억 유로를 최선순위 자금으로 투입하고 인수금융에 대한 부채 탕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주단 상당수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절당해 목표액의 절반만이라도 우선 집행하겠다고 결정했다.
부채탕감은 대주단 전원 동의가 필요하지만, KKR은 간편채권재조정을 법원에 신청할 방침이다. 간편채권재조정은 채권단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법원 강제 집행이 가능해 국내 대주단의 동의 없이도 채무 탕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자금투입을 전제로 한 '부채 40% 탕감안'에 대해서는 이미 과반의 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