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라이프 노리는 웅진, 시장은 윤석금 회장을 다시 신뢰할까
입력 2024.12.17 07:00
    취재노트
    윤석금 회장, 영업사원서 그룹 회장 올라
    법정관리, 코웨이 인수·재매각 평판 악화
    프리드라이프 M&A로 확장 의지 재점화
    매도자와 협의 없고 눈높이도 맞지 않아
    평판위험 안고 자금 조달 가능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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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익히 알려져 있다. 도서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1980년 웅진씽크빅을 세웠고,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2011년 웅진그룹을 재계 32위로 키워냈다. 이달 윤 회장이 낸 자서전(말의 힘) 출판 광고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판매 세계 1위' '타고난 승부사' 등 오래 회자한 여구가 다시 담겼다.

      '무일푼 청년이 그룹사 회장이 된' 성공 신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무리한 M&A로 유동성 압박이 커지자 2012년 초 그룹의 핵심인 웅진코웨이를 시장에 내놨다. 그때까지만 해도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계획을 번복하며 갈팡질팡했다. 우여곡절 끝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는데 잔금 납입을 앞둔 2012년 9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수자 MBK파트너스와 채권단 모두 대경실색했다.

      웅진그룹은 당시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무산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선 캐시카우를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이 많았다. 회생절차 신청 전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차입금을 갚고, 이후 웅진홀딩스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신청했던 터라 도덕적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웅진그룹은 회생절차를 거치며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웅진씽크빅, 웅진북센 외 대부분 계열사가 매각 대상에 올랐다. 웅진코웨이를 지키려던 승부수는 무위로 돌아갔고 깊은 불신과 평판 위험만 남았다.

      큰 일을 겪고도 웅진그룹의 M&A 본능은 꺾이지 않았다. 경업금지 기간 종료에 맞춰 렌탈사업 재진출을 준비했다. 코웨이도 다시 탈환하겠다고 했다. 2019년 3월 실제로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되사오는 데 성공했다.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성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웅진그룹에 대한 신뢰보다는 코웨이의 현금창출력에만 기대 거래가 성사됐다.

      그 즈음 ㈜웅진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다른 계열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단기차입금을 갚기 어려워졌다. 웅진은 여러 방안을 고심한 끝에 코웨이를 다시 매물로 내놨다. 고작 3개월 명패를 바꿔달기 위해 계열사들이 또 한 번 유동성 위기를 겪은 셈이다. 여러 거래 당사자들이 고전했다.

      웅진그룹은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M&A 시장을 찾았다. 2020년 웅진북센을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에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고, 이듬해 되사왔다. 작년엔 이차전지 장비 업체 이큐셀 인수를 검토했다.

      최근엔 1위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 인수에 나섰다. ㈜웅진은 지난 9일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포함해 관련 사업 진출방향 및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코웨이를 되찾았았다 내놓은 후 5년여 만의 대형 M&A 시도다.

      웅진그룹 입장에선 교육 사업 경쟁자인 교원그룹도 상조회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도 충분히 사업을 잘 키울 수 있다 느낄 만하다. 렌탈이나 방문 판매 강점을 살리면 프리드라이프의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윤석금 회장과 윤새봄 ㈜웅진 대표이사 사장의 확장 의지가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정작 매각자에는 아직 인수 의향을 전하지 않았다. VIG파트너스는 올해 KKR에 프리드라이프 지분 일부를 팔면서 한 숨을 돌린 터라 경영권 매각이 급하지 않다. 당시 프리드라이프 가치는 1조원으로 평가받았다. 그 아래로는 VIG파트너스나 KKR의 매각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가장 핵심은 웅진그룹이 돈을 모을 수 있느냐다. 이는 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다시금 얻을 수 있느냐로 치환된다.

      ㈜웅진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 1조원과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단독으로 1조원대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과거 코웨이 때처럼 자금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한다. 웅진그룹의 신인도나 그간의 무리한 행보를 감안하면 우호 세력을 찾는 작업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군이 있었던 웅진북센 M&A 때와는 거래 규모부터 다르다.

      코웨이 재인수 때 조달의 한 축을 담당하기로 했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결국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발을 뺐다. 당시 도용환 회장은 '시장이 하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자금력이 있고 거래에 목말라 있어도 시장의 우려는 떨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웅진그룹이 중요한 사실을 숨겨 신뢰를 거뒀을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부담분을 책임졌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불안감에 시달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프리드라이프 인수는 결국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프로젝트펀드로 지원할 만한 곳은 없고, 블라인드펀드 운용사가 웅진그룹 뒤에서 재무적투자자(FI) 역할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